2025년 1월 15일 : 6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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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지금

세계로 뻗어나가는 정보라의 세계

2024년 가을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이후 책을 전혀 읽지 않는 제 주변 사람들도(예 : 우리 아빠) 비로소 한국문학 언저리에서 일하는 제가 어떤 업무를 하는지 감을 잡기 시작했습니다. 상은 참 좋은 것이구나 새삼 실감하면서 더 많은 한국어 소설이 상도 받고 널리 읽히고 전 세계로 뻗어나가길 기원하게 되기도 했습니다. 202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기 전 한강 작가는 2016년 <채식주의자>로 부커상을 수상했습니다. 이후 한국 작품은 2022년 <저주토끼>의 정보라, 2023년 천명관, 2024년 황석영이 연속으로 부커상 최종후보에 오르며 다음을 기대하게 했습니다.

<저주토끼>를 번역 소개한 안톤 허의 번역으로 영미권에 소개된 <너의 유토피아> 역시 세계가 함께 읽고 있습니다. '공포스럽고 유머러스한 이야기를 통해 인류의 운명을 다룬다'는 평을 더해 2024년 타임지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고, 올 초 2025 필립 K. 딕 상 후보작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매끄럽지 않게 질주하는 정보라 월드의 웃기고 서늘한 일면은 이렇게 확장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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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쪽 : 희망은 그러니까, 있다고 생각하면 있는 거야. 우주는 무한히 넓고 크지만, 그 안의 모든 공간, 모든 행성과 혹성, 위성을 지배하는 법칙이라는 게 있잖아. 우리가 여기까지 오게 된 데에도 이유가 있고 목적이 있을 거야. 우리는 그 목적을 이루기만 하면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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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지금 _3문 3답

Q : 김수영문학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기대 없는 토요일>에 실린 시 <소설>에는 '유튜브를 통해 정치와 관련된 동영상을' 보는, '빨갱이' '독재 국가 하에서는 국방력이라도 강했다는' 말을 하는 P가 등장하는데요, 수상시집 출간과 수상한 시국이 교차한 연말 연시를 어떻게 보냈을지 궁금합니다.

A : 그날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라는 문장을 보고, 제 눈을 의심했어요. 시집 출간을 앞둔 시점이었는데, 이것도 나오지 못하는 걸까, 별별 상상을 했어요. 기본적으로 누리던 자유와 평화를 한순간에 잃어버릴 수 있다는 게 아찔하더라고요. <소설> 속 P가 신봉하는 독재국가가 현실로 펼쳐질 뻔했잖아요. 해제안이 가결될 때까지 잠도 제대로 못 잤어요. 그날 이후로, 당연히 출간될 시집이 다행히 출간된 게 아닐까 생각해요.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눈앞에서 펼쳐졌고, 지금도 진행 중이죠. 저를 포함해 많은 국민이 분노와 우울감에 휩싸인 연말연시를 보냈을 거라고 생각해요. +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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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 MD는 지금 스마일

저속노화라는 키워드의 유행과 함께 시작한 2024년은 불안정한 시국으로 인한 정신건강 위협, A형 독감 대유행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에서 건강은 하나의 이데올로기로 인식되는 듯합니다. '온 우주가 바랄' 정도 말입니다. 이 시집 말미에 실린 해설에서 전승민은 이 시의 화자를 '그는 건강한 인간이 되느라 지나치게 외로워진다.'(115쪽)고 진단합니다. 당연히 안 아프면 좋고 튼튼하면 좋지만, 좋은 길만 따라가기엔 힘에 부칠 때가 있습니다. 깨끗한 음식을 먹고 운동을 해야 건강해질 수 있다는 압박에 시달리는 현대인의 심금을 울릴 만한 시집이 출간되었습니다.

2021년 창비신인시인상을 수상한 남현지의 첫 시집입니다. <실업자가 야구 보는 이야기>라는 시의 정서가 재미있어 시집으로 묶일 날을 기대했습니다. 이제 이 시집을 읽으며 야구가 개막할 봄을, 조금쯤 따뜻해질 날을 기다리고 싶습니다. 이 시의 일부를 인용하며 캐치볼하듯 공을, 시를, 한국문학을 건네봅니다.

분명한 마음이 있었는데요
사라졌습니다

고장 난 사람처럼 야구만 보았습니다
<실업자가 야구 보는 이야기>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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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는 지금 : 다람

얽힘 - 각자의 삶이 모여 하나의 큰 세계관으로

우리는 모두 외딴섬일까? 서로 떨어져 그렇게 각자의 삶을 살고 있을까? 그렇지 않을거라고 생각했어요. 혼자라고 느껴질 때도 있지만, 우리는 우주 안에서 모두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와 초월적으로 얽혀있는 누군가 세상에 반드시 존재하며, 우리는 그런 의미로만 존재하고 있을는지도 모른다고요, 이런 상상으로 다람은 앤솔러지 ‘얽힘’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얽힘’은 양자역학의 ‘얽힘’(entanglement) 개념을 모티브로, 우리 삶이 개별적이면서도 우주 안에서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문학적으로 구현합니다. 세 명의 작가가 쓴 세 편의 단편 소설이 수록됩니다. 각 소설은 독립적이지만, 독자는 그 안에서 예상치 못한 연결고리를 찾아낼 것입니다. 그렇게 연결된 이야기는 하나의 큰 그림을 그리듯 확장된 세계관을 향해 나아갈 것입니다. 각자의 삶을 살고 있다고 믿지만, 사실 우리 모두가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얽힘 1기는 젊은작가상 수상자인 성혜령, 이서수, 전하영 작가가 참여하여, 현대인들의 공통적인 고민인 ‘손절’을 테마로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그렇게 완성된 《봄이 오면 녹는》에는 성혜령의 〈나방파리〉, 이서수의 〈언 강 위의 우리〉, 전하영의 〈시간여행자-처음 한 여행과 다르게 여행하는 것〉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각 소설은 ‘손절’이라는 주제를 관계의 단절 혹은 시대와의 단절로 확장하며 다채롭게 해석하고 풀어냈습니다. 또한 인물, 사건, 장소 등을 통해 얽힘을 구현하여 세월의 상처로 얼어붙은 이 시대의 다양한 군상을 입체적으로 그려냈습니다. +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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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챙기는 그림책

시작하는 마음에 어울리는 그림책을 소개합니다. 내 안이 소란스럽다고 느껴질 때 들여다보고 싶은, '오래 두고 문득문득 펴들고 싶은' 첫 번째 그림책은 <곰탕>의 김영탁 작가 품어온 바다의 이미지에 엄주 작가의 그림을 더해 탄생한 <바다는 다시 바다가 된다>입니다. 겨울 바다를 보러 가고 싶을 때 대신 펼쳐보기 좋은 시원한 이미지를 보면 마음이 트입니다.

김애란의 소설 <이중 하나는 거짓말>의 표지화의 아이들은 뒷모습을 내보이고 있습니다. 인물의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뒷모습은 화가 한지민의 작품입니다. 한지민 작가가 자주 찾는 한 서점에서 류예지 작가와 책이 놓인 자리를 상상하며 완성한 그림책을 펼쳐두면 기억 속 그 서점이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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