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31일 : 61호
안정적인 미스터리 소설의 등장
너무 잦은 사고로 침통한 세밑입니다. 원인과 결과를 도무지 알 수 없는 세상사의 복잡성에 부딪칠 때면 우리의 인생에도 소설 속 명탐정이 존재하길 바라는 마음이 듭니다. 그런 마음으로 미스터리 소설을 펼쳐봅니다. 범죄와 희생자가 탐정이 있는 공식 속 세계에서 반드시 결말이, 꽉 닫힌 결말이 찾아오길 바라게 되는 것입니다.
추리소설의 3요소는 누가 했는가, 어떻게 했는가, 왜 했는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5회 엘릭시르 미스터리 대상 수상작인 최들판의 소설도 공식을 충실히 따라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무슨 일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항구도시 응급실에 시체가 실려왔습니다. 사망한 인물은 한칠규. 응급실 당직의 채제영은 죽은 자를 두고 '진상 중에 그런 진상은 본 적이 없었다. 결국 그리 살다가 이렇게 간 것이었다. 그 개자식은....'(11쪽) 하고 혼잣말을 합니다. 이제 희생자의 몸이 구급차에 오르고, 독자는 공식에 맞춰 문제는 풀어야 합니다. 여기서 문제, 피가 섞인 아이들부터 학교 교직원들까지 평생 도시에서 진상을 부리고 버텨온 이 사람을 죽일 만한 인간이 이 도시에 너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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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잦은 사고로 침통한 세밑입니다. 원인과 결과를 도무지 알 수 없는 세상사의 복잡성에 부딪칠 때면 우리의 인생에도 소설 속 명탐정이 존재하길 바라는 마음이 듭니다. 그런 마음으로 미스터리 소설을 펼쳐봅니다. 범죄와 희생자가 탐정이 있는 공식 속 세계에서 반드시 결말이, 꽉 닫힌 결말이 찾아오길 바라게 되는 것입니다.
추리소설의 3요소는 누가 했는가, 어떻게 했는가, 왜 했는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5회 엘릭시르 미스터리 대상 수상작인 최들판의 소설도 공식을 충실히 따라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무슨 일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항구도시 응급실에 시체가 실려왔습니다. 사망한 인물은 한칠규. 응급실 당직의 채제영은 죽은 자를 두고 '진상 중에 그런 진상은 본 적이 없었다. 결국 그리 살다가 이렇게 간 것이었다. 그 개자식은....'(11쪽) 하고 혼잣말을 합니다. 이제 희생자의 몸이 구급차에 오르고, 독자는 공식에 맞춰 문제는 풀어야 합니다. 여기서 문제, 피가 섞인 아이들부터 학교 교직원들까지 평생 도시에서 진상을 부리고 버텨온 이 사람을 죽일 만한 인간이 이 도시에 너무 많습니다.
녹둥 관할서 소속 경찰들은 절차에 맞춰 수사를 진행해 나갑니다. 작은 단서를 발견하고, 각 용의자의 이야기를 청취합니다. 대단한 명탐정 1인이 놀랄 만한 기교를 발휘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일이 순서대로 돌아가게 하는, 자기 자리에서 자기 일을 제대로 하는 사람들이 차근차근 퍼즐을 맞춰나가는 모습이 이 사회에서 우리가 보고 싶은 모습이기도 하니까요.
보고 싶은 모습을 볼 수 있는 새해가 되길 바라며 새해에도 새로운 책 소식으로 찾아뵙겠습니다. 평안을 기원하겠습니다.
- 알라딘 한국소설/시/희곡 MD 김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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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쪽 : 아무래도 좋다. 이 동네에서 한칠규의 패악질이야 유명했으니까. 시비를 걸어 푼돈 뜯는 일을 직업으로 삼다시피 하고 있떤 그는 때리기도 많이 때렸고 잘못 걸리면 상대한테 실컷 얻어맞기도 했다. 때리든 맞든 상관 않는 부류였다. 놈은 시꺼멓게 멍이 들거나 잘못하여 어디가 크게 찢어져도 독한 중국술 한 병이면 금방 아문다고 생각하는 구식 깡패였으니.
Q :
<누구나 밤엔 명작을 쓰잖아요>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히스테리아>로 2020년 '전미번역상'과 '루시엔 스트릭 번역상'을 수상했습니다. 이후 외국 독자도 자주 만나시는 것으로 아는데요, 한국 시에 대한 반응이 어떤지, 시인으로서 느끼는 온도가 궁금합니다.
A :
수상 이후 해외에서 열리는 국제시축제에 초청 받는 일이 많아지긴 했습니다. 외국 독자들 만나 얘기 나누다 보면 ‘한국 시에 대한 관심이 이렇게 크고 다양하며 뜨겁다니!’하며 새삼 놀랍니다. 한국말 소리가 음악처럼 아름답다고도 해요. 짧지 않은 세월 동안 한국 시는 더디지만 멀리 뻗어온 것 같아요. 이제는 저보다 젊은 세대의 한국 시인들 시도 더 많이 번역되어 소개된다면 외국 독자들의 높아진 독서 열기에 부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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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누구나 밤엔 명작을 쓰잖아요>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히스테리아>로 2020년 '전미번역상'과 '루시엔 스트릭 번역상'을 수상했습니다. 이후 외국 독자도 자주 만나시는 것으로 아는데요, 한국 시에 대한 반응이 어떤지, 시인으로서 느끼는 온도가 궁금합니다.
A :
수상 이후 해외에서 열리는 국제시축제에 초청 받는 일이 많아지긴 했습니다. 외국 독자들 만나 얘기 나누다 보면 ‘한국 시에 대한 관심이 이렇게 크고 다양하며 뜨겁다니!’하며 새삼 놀랍니다. 한국말 소리가 음악처럼 아름답다고도 해요. 짧지 않은 세월 동안 한국 시는 더디지만 멀리 뻗어온 것 같아요. 이제는 저보다 젊은 세대의 한국 시인들 시도 더 많이 번역되어 소개된다면 외국 독자들의 높아진 독서 열기에 부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Q :
북극한파, 극지의 눈보라 같은 겨울 이미지에 시선이 머무릅니다. 올해는 특히 바깥에서 겨울을 보낼 분들이 많을 듯한데요, 겨울을 나는 시인의 방법이 궁금합니다.
A :
저라고 겨울을 나는 방법이 딱히 다르겠어요? 실은 막막합니다. 하지만 눈보라가 쏟아져도 당분간은 거리에서 광장에서 빛을 들고 겨울밤을 맞곤 하겠어요. 그러려고 핫팩을 넉넉히 사뒀어요. 짬짬이 북토크 하러 다니기도 할 겁니다. 1월 8일엔 서울 서쪽 끝에 있는 독립서점에서 독자분들을 만나기로 했습니다. 공간이 좁아서 10명 정도 오신대요. 길이 멀고 추워도, 수고료가 없어도 외곽으로 지방으로 독자를 만나러 갈 예정인데요. 1월 23일엔 포항의 동네책방으로 가고요. 그 외 몇 번의 낭독회도 잡힐 것 같아요. 소규모 1인출판사에서 나온 시집이니까 자발적으로 영업사원처럼 뛰고 있어요. 허둥지둥 뛰어다니다 보면 자체 발열하여 덜 춥겠죠. 밤에는 심신을 가라앉히고 숨죽여 명작(?)을 쓰겠어요. 그러다 보면 어김없이 봄이 당도할 거고요.
Q :
'내가 마지막으로 팔았던 책은 알베루트의 시집. 이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인사하러 왔어>라는 시는 책방을 닫는 이야기입니다. 유자 농장에서도 일하고, 식용유 공장에서도 일하며, 잠시 일하고 이렇게 비루한 세상에서 '밤의 명작을 쥔 채' 쓰기를 꿈꾸는 이들에게 새해 인사를 부탁드립니다.
A :
유자 공장에서 일하는 시나리오 작가, 식용유 공장에서 일한 젊은 시인은 모두 실존하는 저의 문우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시인 중에는 인천공항에서 화물을 하역하고 적재하는 일을 하는 이도 있고 학원에서 일하는 이도 있고 꽃집 하는 이도 있어요. 저는 6년간 운영했던 책방을 접고 침울해하다가 바에서 아르바이트도 했는데요. 시만 쓰면서 생활이 가능한 시인은 드물잖아요. ‘이렇게 비루한 세상에서’ ‘쓰기를 꿈꾸는 이들에게’ 연말연시는 더욱 가혹하게 느껴질 겁니다. 저는 신춘문예에 여러 번 떨어져봐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낙오자, 실패자의 심정으로 헤매면서 새해를 맞곤 했는데요. 상처 받는 일에 두려워하지 말고 밤의 지난한 시간들을 견뎌 가시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글 쓰는 사람은 온전히 자기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는 버지니아 울프의 말을 기억해 봐도 좋겠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새해가 애쓰는 사랑으로 빛나기를 바랍니다. 부족한 제게 질문해주셔서 깊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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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출간 전부터 소문이 자자했습니다. 2022년 ‘SF 어워드’ 웹소설 부문 대상을 수상한 연산호의 소설 <어두운 바다의 등불이 되어>가 1차분 출간과 함께 종이책으로 서점을 두드렸습니다. 재미있는 작품이라는 말을 워낙 많이 들었는데, 웹소설 읽기에 익숙하지 않은 터라 종이책 출간을 기다려온 작품입니다.
수심 3천미터에 설립된 해저기지에 입사한 치과의사 '박무현'은 입사 닷새 만에 기지에 물이 새는 위기 상항에 봉착합니다. 평범한 개인이 영웅이 될 수 있을지, 될 수 있다면 무엇으로 해낼 수 있을지를 두고 이 소설은 인간의 '선의'를 앞세웁니다. '문제의식을 가지고 약자에게 공감하면서 저항정신을 가지고 십시다. 그런 노력들이 조금씩 쌓이면 적어도 비겁하게 살다 죽진 않을 겁니다.' (연산호 작가 서문 중) 같은 작가의 말이 지친 연말 위로가 됩니다. 내가, 우리가 틀리지 않았다고, 아직 세상엔 기꺼이 행할 사람들이 있다고 말해주는 소설이 있어 위로를 받는 연말입니다.
낯설고도 친근한
세상을 향한 질문과 그에 대한 나름 나름의 답을 글로 써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작가가 될 것입니다. 문학 안에서 이들의 층위가 다양하다면 우리 사회가 조금 더 편견에서 벗어난, 조금 더 유연한, 조금 더 작은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는 것일 테지요.
핌은 옥지구 시인의 『어느 누구에게도 다정함을 은폐하기로』를 시작으로 시인선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시인선의 첫 시인인 옥지구 시인은 세 살 때 낙상사고를 당하고 청력을 잃습니다. 여섯 살 때 인공와우를 착용하지만 온전한 농인도 온전한 청인도 아닌, 즉 농인 사회에도 청인 사회에도 온전히 속하지 않은 경계인으로 살아가는 20대입니다.
존재하지만 아직은 목소리를 드러낸 적이 없는 옥지구 시인의 시는 그 형식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과 말하기 방식에서 모두 독특하고 낯선 매력을 드러냅니다.
(인공와우 수술 후)너는 말을 할 줄 알고 착해졌지 타인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예쁘지 혹시 대학교에 진학할 생각이 있는 건 아니지? 직업반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 설마 문예창작? 국어국문학과? 얘, 현실적으로 생각해 너 같은 애가 그곳에 가면 과연 사람들이 너를 환영해 줘? 국어 시험지를 안 봤어? 그게 딱 네 수준이야.
-「ㅍㄱㅅㄹㅇ ㅇㄹ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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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고도 친근한
세상을 향한 질문과 그에 대한 나름 나름의 답을 글로 써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작가가 될 것입니다. 문학 안에서 이들의 층위가 다양하다면 우리 사회가 조금 더 편견에서 벗어난, 조금 더 유연한, 조금 더 작은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는 것일 테지요.
핌은 옥지구 시인의 『어느 누구에게도 다정함을 은폐하기로』를 시작으로 시인선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시인선의 첫 시인인 옥지구 시인은 세 살 때 낙상사고를 당하고 청력을 잃습니다. 여섯 살 때 인공와우를 착용하지만 온전한 농인도 온전한 청인도 아닌, 즉 농인 사회에도 청인 사회에도 온전히 속하지 않은 경계인으로 살아가는 20대입니다.
존재하지만 아직은 목소리를 드러낸 적이 없는 옥지구 시인의 시는 그 형식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과 말하기 방식에서 모두 독특하고 낯선 매력을 드러냅니다.
(인공와우 수술 후)너는 말을 할 줄 알고 착해졌지 타인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예쁘지 혹시 대학교에 진학할 생각이 있는 건 아니지? 직업반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 설마 문예창작? 국어국문학과? 얘, 현실적으로 생각해 너 같은 애가 그곳에 가면 과연 사람들이 너를 환영해 줘? 국어 시험지를 안 봤어? 그게 딱 네 수준이야.
-「ㅍㄱㅅㄹㅇ ㅇㄹㅈ」 중에서
사회적인 천사들, 나를 하대하는 그대들의 눈빛은 아름답지
그토록 은은하게 사악할 줄도 몰랐지
-「오디즘」 중에서
문학의 좌표를 넓힐 옥지구 시인은 세상을 향한 당돌하고 발칙한 고백 끝에 독자에게 “혹시 저라는 인간은 당신인가요?”라고 묻습니다. 이 물음은 생경하지만 날카롭기도 한데요. 여러분은 어떤 답을 해주실까요?
핌은 ‘누구나 마음속에 아름다운 이야기는 있다.’라는 믿음으로 동화에세이, 아저씨에세이, 어린이 말 줍줍에세이 등 친근하지만 낯선 지점의 문학을 고민해 왔습니다. 이제 시작하는 핌 시인선 역시 같은 믿음의 연장선에 놓인 책입니다.
핌 시인선을 응원해 주세요!
- 핌 출판사
- 접기
따라 읽는 작가가 생기는 것, 내가 먼저 알아본 작가가 더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한국소설 '하는 사람의 즐거움입니다. 작품활동을 새롭게 시작한 작가들의 소설을 만나볼 수 있는 작품집을 소개합니다. 첫 작품집 <왜가리 클럽>에 <사단법인 한국괴물관리협회>의 배예람, <이중 작가 초롱> 이미상, <유령의 마음으로> 임선우 등의 소설을 먼저 실었던 '내러티브온' 시리즈가 김영은, 박소민, 이지혜, 조찬희, 주이현를 소개합니다. 모두 2022~2024년 데뷔한 작가들입니다.
등단 여부, 장르와 형식에 관계없이 김병운 소설가, 안윤 소설가, 심완선 SF 평론가, 소영현 문학평론가가 심사해 수상자를 결정한 <2024 제1회 림 문학상 수상작품집>에도 새로운 이름들이 다수 선보입니다. 앤솔러지 셋셋 2024에 단편소설 <재채기>를 실은 적이 있는 성수진 작가가 대상을 받았고 이돌별, 고하나, 이서현, 장진영 작가가 함께 수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