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계엔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인구가 살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 문만 열면 바로 다른 이의 존재를 발견할 수 있는 도시에 머물고 있다. 심지어 놀라운 기술의 발전 덕에 모두가 연결된 ‘초연결 사회’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외로움에 시달리고 있다. 영국에 이어 일본에서도 ‘고독부 장관’을 임명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정치경제학자 노리나 허츠는 21세기를 ‘외로운 세기the lonely century’라 이름 붙였다.
외롭거나 외로워지고 있는 사람들의 사정을 일일이 알아낼 순 없다. 하지만 사람들이 외로워지는 이유와 과정에 대해 철학적으로, 사회·정치적으로 접근해 보는 건 가능하다. 사람들이 그 어느 때보다 외로움을 많이 느끼고 있다면, 분명 우리를 이렇게 만든 21세기만의 조건이 존재할 것이다. 그것이 무엇인지 밝혀내는 일이야말로 철학이 할 일이라고, 저자는 생각한다.
김만권은 철학자다. 땅에 발 딛고 선 철학을 하고파서 정치철학을 한다. 그러고 보니 생각으로 현실에 세상을 짓는 게 직업이다. 한편으로 김만권은 일곱 살 아이를 둔 아빠이기도 하다. 너무 늦은 나이에 본 아이라 그럴까? 어떻게 하면 이 아이가 안심하고 살 세상을 지을 수 있을까 이런저런 고민이 많다. 승자들이 모든 것을 가져가는 세상에서 그 모든 것을 가져가는 아이로 키워야 하나? 한때 이런 바보 같은 생각을 하기도 했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이렇다. 100분의 1도 안 되는 승자가 될 확률에 걸기보다는 아이가 평범하게 자라도, 아니 조금 모자라게 커도 걱정 없이 맘껏 사랑하고, 존중받고,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게 훨씬 현명한 길이라는 것, 내 아이에게 안전하고 좋은 세상이라면 세상의 모든 아이에게도 그럴 것이라는 것. 그래서 아빠는 아이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세상을 짓고 싶다. “걱정하지 말고 네가 원하는 일을 해도 괜찮아!” 지난번에 쓴 《새로운 가난이 온다》에서 우리 삶을 잠식하는 가난과 불안에 대해 이야기했던 것도, 이번 책에서 다시 우리 일상에 스며든 고립과 외로움을 다룬 것도, 모두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만은 달랐으면 하는 간절함 때문이었다.
그동안 《열심히 일하지 않아도 괜찮아!》, 《호모 저스티스》, 《불평등의 패러독스》 등 10여 권의 책을 썼고, 《민주주의는 거리에 있다》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최근엔 EBS e-class에서 ‘근대 정치철학사’, ‘20세기 정치철학사’ 등을 강의했다. 현재 경희대 학술연구교수이자 국가인권위원회 사회권전문위원회 전문위원이며, 인공지능 시대의 인문학을 고민하는 콜렉티브 휴먼 알고리즘 의 창립 멤버 겸 대표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