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마음에 품어둔 서점이 한 곳쯤은 있을 것이다. 때마다 들러 책등을 훑으며 책에 둘러싸여 있다보면 책장에 꽂힌 책들이 말을 걸어온다. 출판사 핀드가 처음으로 펴내는 어른을 위한 그림책 『책의 자리』의 이야기도 그런 공간에서 시작되었다. 그림을 그리는 화가 한지민과 글을 쓰는 작가 류예지는 자주 찾는 한 서점에서 만나 이 그림책의 뿌리가 되는 이야기를 함께 상상했다.
안개에 잠긴 듯 몽환적인 분위기로 인물의 뒷모습을 통해 현대인의 고독감을 표현하는 것으로 유명한 서양화가 한지민이 이번 그림책에서는 자작나무판에 그림을 새기고 수채 물감으로 색을 입히는 수성목판화 작업을 선보인다. 『책의 자리』에 실린 46점의 그림은 대체로 실제 원화 크기와도 비슷해 그림책을 소장하는 것만으로도 한 작가의 작품세계를 간직하는 뿌듯함마저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