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19일 : 64호
이상문학상, 혁명적 발견 예소연
새로운 항해를 시작하는 이상문학상이 2025년 제48회 대상을 예소연 작가에게 보냅니다. 2021년 작품활동을 시작한 후 제13회 문지문학상, 제5회 황금드래곤문학상, 제25회 이효석문학상 우수작품상을 수상했고, 2024년 출간 소설집 <사랑과 결함>이 '소설가들이 뽑은 올해의 소설'로 선정되기도 한 기세가 좋은 젊은 소설가다. 은희경 이래 '등단 후 최단기간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자'이고, 김애란 이후 '최연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자'라고 합니다.
수상작인 <그 개와 혁명>은 날카로우면서도 웃긴 소설입니다. '민주86'인 아버지는 동지들에겐 의리있지만 아내에겐 그 의리를 지키지 않는 전형적인 인물이고, '요즘 여자들'인 딸 수민은 도래한 불행한 사건을 앞에 두고 '우리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오래도록 생각'하다 '결국 우리가 잘못한 건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는 인물입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서 보기 싫은 면을 발견할 때, 보기 싫은 인간에게서 좋은 면을 발견할 때 우리는 난처함에 빠집니다. (제 경우 아빠 유튜브 계정의 알고리즘이 그렇게 난처합니다...) 그 난처함에 대고 너무 빠르게 결론을 내리지 말라고, 더 오래 깊이 들여다보자고 말하며 예소연의 소설은 골똘히 다가갑니다. '함부로 낙인을 찍지 않고 쉽게 애정하는 사람'(45쪽)이 되고 싶다는 문학적 자서전 속 작가의 말에 동의 버튼을 누르며 이 소설을 지지하고 싶습니다. 작가의 문학적 자서전의 마지막 문단을 아래에 붙입니다. 예소연 작가의 수상을 축하하며, 집요하게 이어질 그의 소설을 따라 읽는 독자가 되고 싶습니다.
+ 더 보기
새로운 항해를 시작하는 이상문학상이 2025년 제48회 대상을 예소연 작가에게 보냅니다. 2021년 작품활동을 시작한 후 제13회 문지문학상, 제5회 황금드래곤문학상, 제25회 이효석문학상 우수작품상을 수상했고, 2024년 출간 소설집 <사랑과 결함>이 '소설가들이 뽑은 올해의 소설'로 선정되기도 한 기세가 좋은 젊은 소설가다. 은희경 이래 '등단 후 최단기간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자'이고, 김애란 이후 '최연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자'라고 합니다.
수상작인 <그 개와 혁명>은 날카로우면서도 웃긴 소설입니다. '민주86'인 아버지는 동지들에겐 의리있지만 아내에겐 그 의리를 지키지 않는 전형적인 인물이고, '요즘 여자들'인 딸 수민은 도래한 불행한 사건을 앞에 두고 '우리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오래도록 생각'하다 '결국 우리가 잘못한 건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는 인물입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서 보기 싫은 면을 발견할 때, 보기 싫은 인간에게서 좋은 면을 발견할 때 우리는 난처함에 빠집니다. (제 경우 아빠 유튜브 계정의 알고리즘이 그렇게 난처합니다...) 그 난처함에 대고 너무 빠르게 결론을 내리지 말라고, 더 오래 깊이 들여다보자고 말하며 예소연의 소설은 골똘히 다가갑니다. '함부로 낙인을 찍지 않고 쉽게 애정하는 사람'(45쪽)이 되고 싶다는 문학적 자서전 속 작가의 말에 동의 버튼을 누르며 이 소설을 지지하고 싶습니다. 작가의 문학적 자서전의 마지막 문단을 아래에 붙입니다. 예소연 작가의 수상을 축하하며, 집요하게 이어질 그의 소설을 따라 읽는 독자가 되고 싶습니다.
삶은 참 돌연합니다. 우리는 그 돌연함 속에서 속수무책 생을 이어갑니다. 더군다나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은 산적해 있죠. 누군가는 그것이 그저 삶일 뿐이라고 이야기할 것입니다. 왜, 어째서, 이렇게 우리는 되어야만 했는가. 저는 그런 데 있어 집요한 구석이 있습니다. 그 집요함으로 계속해서 소설을 쓰고 싶습니다.
(46쪽)
- 알라딘 한국소설/시/희곡 MD 김효선
- 접기
89쪽 :
유연함을 믿어요. 우리의 삶에 좀 더 유연함이 깃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소설을 썼고 그렇게 이해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예소연 대담 부분)
Q :
<영원에 빚을 져서>를 '실종된 친구를 찾아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로 소개해주셨습니다. 예소연 작가는 잃어버린 것들을 찾으러 떠나는 사람일지, 두고 온 것은 그 자리에 남겨두는 사람일지 궁금합니다.
A :
여태까지 두고 온 것을 매번 그 자리에 남겨두어서 후회를 많이 했습니다. 자책하고 괴로워하고 그것에 관한 꿈을 여럿 꾸다보니 그런 것들에 관해 소설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잃어버린 것들을 찾으러 떠나는 사람이 되고자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 더 보기
Q :
<영원에 빚을 져서>를 '실종된 친구를 찾아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로 소개해주셨습니다. 예소연 작가는 잃어버린 것들을 찾으러 떠나는 사람일지, 두고 온 것은 그 자리에 남겨두는 사람일지 궁금합니다.
A :
여태까지 두고 온 것을 매번 그 자리에 남겨두어서 후회를 많이 했습니다. 자책하고 괴로워하고 그것에 관한 꿈을 여럿 꾸다보니 그런 것들에 관해 소설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잃어버린 것들을 찾으러 떠나는 사람이 되고자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Q :
2024년 <사랑과 결함>이 동료 소설가가 선정한 올해의 소설로 선정된 것이 작가께도 감동적인 일이었을 듯합니다. 동료로서 응원하고 소개하고 싶은 작가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A :
몹시 감동적이었습니다. 어디엔가 제 작품을 좋아해주는 동료가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참 즐거운 순간이었어요. 제가 감히 응원하기 너무 부끄럽지만 말해보자면 김채원 작가의 단편들을 몹시 좋아합니다. <서울 오아시스>에 실린 단편들일 텐데 능청스럽게 독자에게 자기 것을 내놓는 감각이 너무 좋습니다. 윤단 작가의 소설도 아주 좋아하는데요. 데뷔작인 <작은 알>부터 시작해 최근해 웹진 비유로 발표한 <점점한 일들>도 재미있습니다. 박소민 작가와 서고운 작가의 작품도 좋아하고요. 좋아하는 작가는 정말 너무 많아서 큰일입니다.
Q :
예소연 작가의 행보를 기대하고 있을 독자께 2025년의 계획 소개 및 인사를 부탁드립니다.
A :
저는 2025년에 고정 수입의 창구를 마련하고자 취업을 했지만 슬프게도 적응을 하지 못하여 퇴사를 하고야 말았습니다. 아무래도 내가 이상한 건 아닐까 자책하고 있는데요.
그래서 제 행보는 재취업이 될 것입니다. 독자님들 제가 재취업을 할 수 있게 기도해주세요...! 소설은 틈틈이 써보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올해의 저는 제 자신에게 가혹해지지 않기로 했습니다.
여러분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 접기
예소연 작가가 인터뷰에서 좋아하는 소설가로 밝혀주신 김채원 작가의 신작 소설집을 소개합니다. 2022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소설가가 '소설집을 묶는다는 말이 어째서인지' (첫 소설집을 묶게 되었다. 소설집을 묶는다는 말이 어째서인지 좋아 그 말을 처음으로 쓰게 될 날을 남몰래 기다리기도 했다. 첫 소설집을 묶게 되었다고, 정말로 쓸 수 있어 기쁘다. 소설을 쓰는 삶이 나의 삶의 일부가 되었다는 사실이 아직은 생소하고 가끔은 어렵고 이따금 기쁘다. '작가의 말' 부분) 좋다는 말과 함께 여덟 편의 소설을 묶어 내밀었습니다. 소설보다 시리즈의 ‘이 계절의 소설’(2022년 겨울, 2024년 봄)에 「빛 가운데 걷기」 「럭키 클로버」 등의 작품이 실려 이 작품들이 하나의 묶음으로 책에 실리길 바란 분들도 있을 듯합니다.
서울 한복판에서, 혼잡한 대중교통에서 유체이탈을 꿈꿔본 일이 있으실지요? 저는 가끔 이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가 열리길, 순간이동이 가능하길 망상해보기도 하는데요...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나직나직 불가능한 오아시스를 상상합니다. '밤이 되면 강 건너편의 불을 밝힌 아파트 창문들이 물 위에 비쳐 매우 아름답다고'(97쪽) 소설의 등장인물 키위가 말하는 순간 아파트 주민들이 산책을 하는 천변이 오아시스의 이미지와 겹쳐집니다. 이유없이 아프고 이상하게 슬퍼본 적이 있는 분들이라면 '아 좋다...' 중얼거리며 읽게 될 듯한 소설들이 실려있습니다.
시집 작업이 거의 마무리될 무렵, 시인으로부터 한 통의 메일이 도착합니다. 다름 아닌 이미 결정된 시집 제목을 바꾸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평소 편집부의 제안에 호의적이었던 데다 시집 작업에 관한 이야기를 얼추 다 나누었다고 생각했던 타이밍이라 다소 놀랐습니다. 인쇄가 코앞인데……. 그러나 어쩌면 지금부터 우리가 나눌 이야기가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시인에게 『나도 기다리고 있어』라는 제목을 권한 것은 사실 독자들에게 기다림을 함께하고 있다는 납작한 위로를 위해서는 아니었습니다. 어쩌면 기다리고 있었다는 말을 시인에게 돌려주고 싶었던 편집자의 사심이 담겼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중요한 근거는 이 시집에 등장하는 화자들입니다. 태연하게 일상을 살아가면서도 그 사이사이에 보이지 않던 것을 봅니다. 시력이 좋거나, 시간이 많거나, 상상력이 풍부해서가 아닙니다. 그건 기다려본 자만이 볼 수 있는 것들입니다. 어떤 기다림이 준 능력으로 세계를 모험하는 시인의 믿음 뒤에 줄을 선 것입니다.
+ 더 보기
시집 작업이 거의 마무리될 무렵, 시인으로부터 한 통의 메일이 도착합니다. 다름 아닌 이미 결정된 시집 제목을 바꾸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평소 편집부의 제안에 호의적이었던 데다 시집 작업에 관한 이야기를 얼추 다 나누었다고 생각했던 타이밍이라 다소 놀랐습니다. 인쇄가 코앞인데……. 그러나 어쩌면 지금부터 우리가 나눌 이야기가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시인에게 『나도 기다리고 있어』라는 제목을 권한 것은 사실 독자들에게 기다림을 함께하고 있다는 납작한 위로를 위해서는 아니었습니다. 어쩌면 기다리고 있었다는 말을 시인에게 돌려주고 싶었던 편집자의 사심이 담겼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중요한 근거는 이 시집에 등장하는 화자들입니다. 태연하게 일상을 살아가면서도 그 사이사이에 보이지 않던 것을 봅니다. 시력이 좋거나, 시간이 많거나, 상상력이 풍부해서가 아닙니다. 그건 기다려본 자만이 볼 수 있는 것들입니다. 어떤 기다림이 준 능력으로 세계를 모험하는 시인의 믿음 뒤에 줄을 선 것입니다.
시인의 ‘보는 일’로부터 삶을 재편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 이 시집을 읽는 사람만이 열어볼 수 있는 가장 커다란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함께 기다리고 있다고, 그 기다림이 보여줄 더 많은 장면들이 기대가 되지 않느냐고…… 시인에게는 차마 말하지 못하였습니다. 읽으면 알게 될 어떤 기다림을 제목에 남겨두고 싶었습니다. 에둘러 설명한 끝에 시인은 이내 수긍했고, 우리는 이제 이 제목을 향해 함께 가고 있는 것만 같아요. 서로를 기다려주며, 더는 기다리지 말라고 말하며.
안온한 문법에 머물지 않고,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보려고 디딘 땅을 의심하는 사람. 풍경을 벗겨 때론 살풍경에 맞서는 사람. 폭력과 단언 속에서 자기만의 언어로 진동하는 사람.
“일요일에 일하는 사람은 더 많은 일요일을 본다”(「일요일」 중에서) 이새해 시인의 시집으로 보게 되는 풍경 너머엔 우리가 기다리던 일요일이, 우리가 등장하지 않는 행복이 있을 것만 같아요. 함께 보는 것도 좋으니까요. 서로 같은 곳에서 다른 것을 본다면 더 좋겠지요. 이 시집이 주는 좋은 어긋남을 안경처럼 써보셨으면 좋겠습니다.
- 아침달 출판사
- 접기
속도감 있게 뻗어나가는 쾌감이 있는 장르소설 두 편을 소개합니다. <회색 인간>의 김동식은 모처럼 초단편소설이 아닌 단편소설 (원고지 100매 분량의 소설을 세간에서 단편 소설로 분류하는 듯합니다.)에 도전했습니다. 일종의 콩트였던 초단편소설에 비해 확장된 이야기의 자리에 구체적인 캐릭터와 장면이 더해져 이야기가 풍성해졌습니다. 레벨 업 중독자의 도파민 자극 판타지입니다.
반전이 있는 추미스(추리.미스터리.스릴러를 세간에서 이런 용어로 말하는 듯합니다.)의 대가, <홍학의 자리>의 정해연의 반전 미스터리 스릴러도 같은 포맷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이상적인 가족이라는 환상을 향해 달리는 인물들이 벽을 마주하는 순간 이야기가 터집니다. 운명의 상대를 반려로 간택하겠다는 환상, 가장이라는 의무감, 완벽한 가정을 손에 쥐겠다는 오만을 향해 토독 경고를 던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