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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김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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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마쓰다 도키코와 조선>

마쓰다 도키코와 조선

◎ 책을 내면서 일제강점기 이데올로기 구도와 계층의 서사를 탈피한 작가 마쓰다 도키코(도키코라는 필명은 직장에 들어가도 해고만 당하므로 붙여진 이름). 그녀는 일본 저항문학의 거목 고바야시 다키지(小林多喜二)와 같은 고향 출신으로 두 살 연하였다. 다키지를 흠모하면서 그와 마찬가지로 반전 평화의 길을 걸었던 도키코를 우리네 시선으로 살펴보는 것은 어떠한 의미를 지닐까? 자주 거론되는 저명한 작가를 되풀이하며 비평하는 글에 익숙한 우리에게 도키코는 생소하게 느껴질지 모른다. 하지만 다른 작가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조선·조선인에 대한 그녀만의 독특한 휴머니즘이 압권이다. 빈한한 광산마을에서 중노동에 시달리는 광부들의 일상을 지켜보면서 자란 도키코의 시선은 일찍이도 조선인 노동자와 일본인 노동자는 매한가지라는 인식을 보이는 것이었기에 눈길을 끈다. 갖은 고난 속에서도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았던 광산노동자 출신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품성과 극한의 환경에서 발버둥 치는 조선인, 일본인 광부들을 목격한 체험에 근거하는 까닭에 값지게 느껴진다. 이런 소재를 작품에 잘 녹여 내었기에 제1회 다키키·유리코(多喜二·百合子)상과 다무라 준코(田村俊子)상을 수상하는 등 문학적 업적을 평가받았다. 한편 우리네 처지에서 보건대 도키코의 활동은 괄목할 만한 역사적 성과를 동반한 것이었다. 해방 전 하나오카 지역의 한·중·일 노동자연대에 대해서는 이미 밝혀진 바 있다. 그런 역사를 이어받아 도키코는 해방 후 일본 동북부 지방에서 조선인 김일수와 함께 한·중·일 노동자연대 활동을 주도하고 몸소 실천했다. 도키코와 김일수의 활약으로 하나오카 사건 피해 문제에 동아시아 3국 시민이 일본 현지에서뿐만 아니라 중국까지 방문하면서 연대 활동을 펼쳤다. 그리고 일본제국주의 만행을 중국 시민에게 고발하고 그들에게 사죄의 마음을 전했다. 이러한 실천 활동이 문학작품에도 잘 녹아들어 있다. 도키코는 일본제국주의의 횡포가 극심했던 1930년대부터 시, 소설, 르포, 에세이에 이르기까지 장르 불문하고 조선·조선인을 소재로 삼은 글을 연이어 발표했다. 따라서 도키코의 조선·조선인과 관련한 작품과 활동은 물론, 김일수와의 관계 등도 그 내막과 배경 등을 총체적으로 다루어야 함을 깨닫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침 올해가 마쓰다 도키코 사후 20년에 해당하는 해이다. 또한 그녀는 나나쓰다테 사건을 접한 후 현장을 방문하고 진상규명 활동을 전개, 조선인 희생자에 대해 성찰의 마음을 표하고 만년에도 <어느 갱도>라는 작품을 통해 조선인의 넋을 위로했는데, 사건 80주년의 해이기도 하다. 그 의미를 살려 지난 3년 동안 광주의 일간지에 집필한 글을 모으고 국내와 일본에서 활동한 내용을 엮어 《마쓰다 도키코와 조선》이라는 제목으로 선을 보이게 되었다. 그러므로 이 책은 도키코 생애와 문학 활동을 정리한 평론이자 일본 작가와 조선인 징용자 출신이 선두에 서서 이끈 “조선인과 중국인, 일본인이 일체가 된 거대한 운동”(이우봉), “전후사에 획을 긋는 한·중·일 인민의 투쟁”(이국소)에 대한 기록물이기도 하다. 이즈음 출판에 이른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부록[강연록]에는 본문과 겹치는 내용이 있으나(문어체로 통일) 알리고 강조하는 뜻에서 그대로 게재했다. 2008년 광주를 방문해 마쓰다 도키코와 하나오카 사건을 소개한 일본 민족예술연구소 차타니 주로크(茶谷十六) 전 소장과는 여전히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이번에도 흔쾌히 출간지원에 앞장섰다. 진심으로 사의를 표한다. 줄곧 신세를 져왔던 ‘마쓰다 도키코 회’에서도 사와다 아키코(澤田章子), 에자키 준(江崎 淳) 문예평론가 등을 통해 지원에 협력을 아끼지 않았다. 고마움을 전한다. 그리고 ‘하나오카 이야기전’(다수의 판화작품과 시작품)을 통해 하나오카 사건을 국내에 알린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河正雄) 명예 관장께 감사드린다. 마쓰다 도키코의 《하나오카 사건 회고문》에 깊은 공감을 표한 문병란 선생님(시인), 도키코의 활동을 평가한 이명한 소설가의 혜안에도 고개 숙인다. 도키코를 만난 후로 근로정신대 할머니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되었는데, 한·일연대의 틀 속에서 근로정신대 피해 문제 해결에 앞장서 온 나고야 지원회와 근로정신대 시민모임 분들의 호의도 잊을 수 없다. ‘탈아입구’라는 구호가 아직도 동아시아 한쪽을 파고들어 공동체의 틀을 흔들어대는 상황이다. 문학과 실천으로 해방 전후, 한·중·일 시민연대를 이루어낸 예는 두고두고 좋은 본보기가 되리라 믿는다. 한 회씩 호흡을 가다듬으며 무리없이 읽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아무쪼록 독자 여러분의 질정을 기대한다. 2024년 4월 지은이

조선 처녀의 춤

왜 일본 근현대문학사에 의의가 있는 그녀의 시집이 그동안 묻혀 있었던 것일까? 일본제국주의에 정면으로 맞선 저항시인의 시집 소개를 일본권력과 문단이 금기시했기 때문이다. 천황제 파시즘 하에서 이와 같은 반정부활동을 그들은 용인하지 않았다. 또한 프롤레타리아작가의 시집이 주류 문단에서 평가의 대상이 되는 풍토가 아니었다. 반전평화와 국제적 연대를 부르짖고 무산계급 층을 대변한 저항시를 일본 보수주의는 급진적이고 배타적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1995년도에야 판금 시집의 복각본이 세상에 나와 명예회복이 된 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우리의 시점에서 보면 이 시집은 일제강점기 제국주의에 항거한 강력한 엔솔로지이며, 탈식민주의적 시점이 돋보이는 유의미한 표현의 집합이다. 문화 통제가 공공연히 자행되는 풍토 속에서도 국책에 굴복하지 않고 약자 층을 대변해 휴머니즘과 인간 평등을 부르짖었다는 점에서 시집 의의에 대해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으리라. 마쓰다 도키코는 《참을성 강한 자》의 복각판(후지출판, 1995년) 뒷부분에 ‘지금 어째서 발매금지 시집일까’라는 제목(후기)을 붙여 발매금지 처분을 당한 당시의 심경을 토로한 바 있다. 내가 일본제국주의 시대에 쓴 “이 시집 《참을성 강하게》의 복각을 결심한 것은 발매금지 시집이었기 때문”이라고 복간판을 내게 된 이유를 명확히 밝힌다. 그리고 발매금지 후 60년이 지난 시점에서 당시 문화적 탄압을 일삼던 일본정부를 비판한다. 나아가 복각판을 간행한 또 하나의 이유를 “저의 최초의 시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정부가 판금 조치를 취했다는 것에 저는 지금도 연연하고 있다. 용서할 수 없는 일이 아닐까”라고 덧붙인다. 이는 시인이 복각판을 내기까지 60여 년 동안 당시의 일본제국주의 정부에 분노의 마음을 품고 울분의 세월을 보내왔음을 의미한다. ‘그 무엇이 그 세월을 보상할 수 있을까’라는 회한이 담긴 마음의 표출에 다름 아니다. 그러한 심경은 “이 시집이 나왔을 당시(1935년) 이렇게 세심하게 시의 한 자 한 구절까지 일본의 군국주의적 정부는 트집을 잡았다”라며 시에 대한 일본정부의 탄압 사실을 공개한 지적에서도 읽힌다. 당시 오카다 게스케(岡田啓介) 정부가 집권하고 있었다. 마쓰다는 치안유지법을 구실로 삼아 권력이 문화적 폭거를 자행하는 일이 두 번 다시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경고를 한 셈이다. 본 번역 시집 《조선 처녀의 춤》에는 이 《참을성 강한 자》의 시편들을 앞부분에 수록했다. 검열로 5~6페이지가 잘려나갔고 여러 군데가 ‘××’ 복자 표시가 가해졌으나 자서전을 참고해 모든 부분을 되살려 실었음을 밝힌다. 마쓰다 도키코는 ‘지금 어째서 발매금지 시집일까’의 말미에 “이 시집을 (투쟁해온) 선배들의 묘지에 바치고 싶다.……헌법 9조를 짓밟고 반민주적 악정을 펼치는 세력에 맞서 활동하며 집필해 온 전후세대의 동료들에게 바친다”고 기록했다. 이 기록은 시집의 현대적 의의를 강조하고 있다고 해석해도 지나침이 없으리라. 일본 우익세력은 지금도 헌법 9조 개정을 도모하고 있으며 진보세력에 대한 견제에 혈안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마쓰다 도키코는 99세의 나이로 세상을 뜨기 3일 전 자택에서 진행한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시민들에게 헌법 9조를 지켜줄 것을 강력히 호소했다. 일제강점기임에도 인간애정신에 근거해 조선인을 대했거니와 해방 이후에도 민족분단의 상황에 대해 애처로운 마음으로 남북통일을 열망했던 양심적 시인 마쓰다 도키코. 그녀의 따뜻한 시선이 투영된 조선 관련 시편에서도 계층을 넘어선 인간 평등주의와 투철한 작가정신을 엿볼 수 있다. 그런 만큼 국내에서 시집을 읽는 의미가 각별하리라 생각한다. 마쓰다 도키코는 시집 5권을 남겼다. 《조선 처녀의 춤》은 해방 전의 시편을 엮은 것이니 그 시대의 시적 경향과 시점을 파악하는데 유익하리라 판단한다. 뒷부분에는 각 시에 대한 해설이 실려 있다. 시의 주제와 특징, 시인의 활동을 이해하는데 참고가 될 것으로 본다. 번역시이지만 국내 저항시인의 시를 읽는 마음으로 접근한다면 이해에 어려움은 없을 터이다. 무엇보다 일본에 이러한 시인이 있었다는 사실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국내 출간을 위해 저작권 해결에 애써주신 문학평론가 사와다 아키코씨와 최근 세상을 등진 하시바 후미코(마쓰다 도키코의 장녀)씨에게 사의를 표한다. 아무쪼록 일본의 양심적 시인이 발하는 시어가 국내의 독자에게도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를 바란다. ― 2020년 1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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