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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이름:정강현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77년

최근작
2023년 12월 <감정도서관>

다행이야, 너를 사랑해서

지금 우리의 청춘들은 불안을 땔감 삼아 폭주하는 기관차와도 같습니다. 언제 길을 잃고 추락할지 모릅니다. 물론 미래가 불안한 청춘에게 삶은 당면한 가장 시급한 문제일 것입니다. 하지만 청춘의 초조한 정신이 잠시 멈춰 설 수 있는 사색의 시간이 없다면, 그들은 불세출의 욕망에 사로잡힌 기계로 전락하고 말 것입니다. 사람의 향기를 잃어버린 청춘은 그 무슨 대단한 세속적 성공에 도달하더라도 아름다운 삶을 일궈내긴 힘들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책에서 불안한 청춘의 정신이 잠시 머무를 수 있는 시의 나라를 건설하고자 했습니다. 이 소박한 시의 나라에 잠시 머무르는 동안 당신의 푸석푸석한 정신이 윤기를 되찾게 된다면, 이 책은 그 소명을 다한 것일 것입니다. 시를 사색한다는 것은 초조한 욕망의 기관차에서 잠시 내려 자신의 내면으로 고요히 들어가는 일입니다. 거듭 말하거니와 시는 인간의 내면을 아름답게 꾸며 내는 향기 나는 언어입니다. 이 말들의 향기가 당신의 정신에 윤기를 내고, 마침내 당신은 좀 더 나은 존재가 될 것입니다. 쓸모없는 시가 쓸모 있는 사람을 만듭니다. - 본문 중에서

당신이 들리는 순간

이 책은 나의 첫 산문집이다. 첫 책으로 음악을 말할 수 있어서 나는 행복하고, 또 두렵다. 들리는 음악을 읽히는 글로 풀어내는 일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꾸역꾸역 책을 적어 내려갔다. 음악을 문장으로 실어 나르는 일은 몹시 고통스러웠지만, 그것은 내가 음악에 대해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일이었다. 나는 평론가가 아니므로, 음악을 상대로 판관(判官)의 문장을 적을 순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다만 홍대 둘레에서 마주쳤던 음악에서 어떤 마음의 풍경을 포착해 기록해두고 싶었다. 그 마음의 풍경 어딘가에 인디 음악의 속살이 숨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 「책머리에」 중에서

문명의 흔적에서 삶의 허기를 채우다

여행지의 아내는 나를 비추는 거울이었다 노고단이 바라보이는 지리산 자락 섬진강 상류의 조그만 동네에서 나고 자란 나는 어릴 적 부터 산 너머 세상이 궁금했다. 아침저녁으로 울려대는 기적소리는 다른 세상으로 나를 유혹했지만 어린 소년으로서는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의 일이다. 바다가 보고 싶었다. 아버지를 졸라 한의원 문을 닫게 하고 바다를 보기 위해 군산 가는 기차에 올랐을 때의 기쁨이란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벅차다. 군산 월명공원에 올라 눈앞에 펼쳐진 서해 바다와 교과서에서나 보았던 장항제련소의 높은 굴뚝을 보고 소리쳤던 추억이 새롭다. 나는 어릴 적부터 여행에 갈증을 느꼈던 것 같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상급학교를 가기 위해 고향을 떠날 때도 새로운 세상에서 살게 된다는 사실이 중학교 합격보다 더 기뻤다. 나의 여행증후군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았다. 젊은 시절 만주 북쪽의 쟈무스까지 가서 살다 해방이 되어 고향으로 오신 아버지는 시골 한의사 생활을 답답해하셨다. 가끔 그 바쁜 시간을 쪼개 인근의 명승고적들을 다녀오시곤 했다. 그리고 “자식을 사랑할수록 여행을 시켜야한다”는 말씀도 자주 하셨다. 실제로 주말에는 시골 5일장 장꾼들의 전용차인 3/4t 트럭을 빌려 우리 형제들을 데리고 가까운 섬진강댐이나 마이산등을 구경시켜주시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교통편이 거의 없다시피 한 시절에 여행을 좋아했던 아버지의 성격이 묻어났던 일들이다. 그런 아버지 덕에 별 고생 없이 고교시절부터 서울로 유학을 하게 된 나는 성인이 되어 증권업계에서 30년 넘게 일을 했다. 자연히 증권시장의 발전과 더불어 업무와 관련해 증권시장이 개설된 선진국으로 출장을 가는 기회가 많았다. 제법 많은 나라를 다녀왔다. 물론 업무가 끝나면 주변의 관광지도 들러볼 기회가 있었다. 그때마다 혼자 호사를 누리는 것 같아 아내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이었다. 나이 60이 되면서 시간의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아내와 같이 여행을 나섰다. 쉽지 않은 곳들도 있었다. 낯선 곳을 찾아간다는 것이 그리 편한 것은 아니다. 어찌 보면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여행은 시작되고, 편안함하고는 거리가 있다. 그래도 좋았다. 여행지에서 마주앉은 아내는 바로 나를 비춰주는 거울이었다. 40년 가까이 같이 살아온 아내의 모습은 나와 함께한 모든 것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아내가 즐거우면 나도 즐겁고, 아내가 슬프면 나도 슬프다. 또 여행을 통해 함께 맛보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경이로움은 우리에게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부부여행은 보약이었다. 그래서 여행이 끝나고 나면 소중한 기억들을 적어놓았다. 별다른 글재주는 없지만 우리 부부와 같이 여행한 분들의 추억도 함께 적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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