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디게 말의 관절을 맞춰왔습니다.
여기에 실린 글들은 차라리 사람이 아닌 것이 되고 싶었던 시절의 흔적들입니다.
*
시를 쓰지 않았더라면, 담배를 덜 피웠을 것이고 술도 덜 마셨을 것이고 돈은 조금 더 많이 벌었을 겁니다.
*
한 해 한 해 지날수록 새롭게 느끼게 되는 감정들이 있습니다.
첫 시집을 내며 허허롭다는 감정을 배웠습니다.
*
읽고 쓰면서 인생을 버려가는 법만 배울까 두려웠던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두려움마저 즐거웠던 적이 있습니다.
*
시인으로서의 이름을 지어준 나의 연인과
몇 명의 얼굴을 떠올려봅니다.
*
좋은 시인이 되는 것은 좋은 아들이 되는 것과 동의어가 아니기에,
늙어가는 부모님께, 죄송한 시집입니다.
*
2011년 9월
더디게 말의 관절을 맞춰왔습니다.
여기에 실린 글들은 차라리 사람이 아닌 것이 되고 싶었던 시절의 흔적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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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쓰지 않았더라면, 담배를 덜 피웠을 것이고 술도 덜 마셨을 것이고 돈은 조금 더 많이 벌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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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한 해 지날수록 새롭게 느끼게 되는 감정들이 있습니다.
첫 시집을 내며 허허롭다는 감정을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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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면서 인생을 버려가는 법만 배울까 두려웠던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두려움마저 즐거웠던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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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으로서의 이름을 지어준 나의 연인과
몇 명의 얼굴을 떠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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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인이 되는 것은 좋은 아들이 되는 것과 동의어가 아니기에,
늙어가는 부모님께, 죄송한 시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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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9월
언제나 내가 쓰는 가장 좋은 시는
지금 현재 쓰고 있는 시이고, 앞으로 써나갈 시이다.
때문에 한 권의 시집을 묶는 것은
내 모자람을 확인하는 작업이기에 곤혹스럽기 그지없다.
네번째 시집을 엮으면서도 그 곤혹스러움에
방 안을 배회하며 늙었다.
삶의 곤혹스러움은 부지불식간에,
그리고 한꺼번에 찾아온다. 지난 몇 해가 그렇다.
허방에 한쪽 발을 담근 채로, 기억의 근력이 다해가던
가족과 이별해야 했다. 몸과 마음이 한쪽으로 기울어진 채로,
들키지 않기 위해 가까스로 균형을 잡아야 했다.
이 시집에 묶인 시들 또한 그럴 것이다. 겨우, 시 같은 것을
만들고자 했고, 시 같지 않더라도 어쩔 수 없었다.
변명과 다짐. 후회와 기울어진 나무의 행렬.
아직까지 제 아빠의 변변치 않은 직업을 자랑하는 딸과,
나의 가장 오랜, 그리고 최초의 독자인 아내,
나의 뿌리인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마음 전부를.
2024년 2월
김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