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은 개혁의 대상이 아니라 개혁의 모태이며, 이것이 우리가 여전히 전통과 과거, 그리고 고대 철학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철학사 전체에서 고대 철학의 정당한 위상을 찾아 주지 않는 한, 고대는 근대의 일방적인 관점에 따라 무지몽매하고 소박하며 천진난만하기까지 한 철학의 시대로 낙인찍힐 수밖에 없다.
전통적으로 고대는 근대 속으로 소멸된 구시대의 유물이나 유산 정도로 이해돼 왔지만, 사실상 인간과 공동체, 과학, 인지, 시각 같은 개념에 대한 철학적 사고를 근대와는 다른 차원에서 전개한 시대였다. 즉 고대 철학은 근대 철학과는 다른 차원에서 성립된 것이며, 따라서 지금까지 근대의 관점에서 설명된 것과는 다르게 기술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