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하고 대범한 현수. 내가 사는 곳이 내 집이라고 믿는 현수. 그런 현수를 그리고 싶었다. 그런데 그럴 수가 없었다. 나라는 사람이 그리 믿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현수한테 미안하고, 더 애틋했다. 이제 그 애틋함이 독자에게 가닿기를 빌어 본다. 그래야 현수가 조금은 덜 외로울 테니.
상상해 본다. 그 순간을. '너희들이 뻔하지, 뭐!'라고 눈총을 받던 누군가는 "나는 당신들 예상대로, 절대 뻔하게 되지 않을 거야!" 눈을 부릅뜨고, '너희들이 뻔하지, 뭐!'라고 눈총을 주던 누군가는 그 아이들의 겉모습이 아니라 그 아이들의 잔인한 현실을 응시하고, 분노하는, 아파하는! 그런 순간.
그러니까, 이 책의 마지막 장이 이 책을 읽는 나의 어린 독자들 모두에게 첫 페이지, 시작이었으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 어느새 봄인 저 골목길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