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경영현장을 떠나서 학교에 몸을 담은 지 10년째다. 학교에 와서 정착을 위해 노심초사 하던 끝에 영업을 연구하자는 결심을 한지도 9년이 되었다. 지금 시점에서 영업연구를 시작하던 때를 돌아보면 부끄럽기 짝이 없다. 왜냐하면 지금까지도 언제나 나를 괴롭혀 왔던 것은 “나의 강의와 연구가 현장의 영업성과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가”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강박관념은 한 동안 MBA과정에서 영업강의를 중단하게 만들기도 했었다.
호기롭게 영업은 3SStrategic, Systematic, Scientific해야 한다고 자신 있게 주장했었지만 그때 조차도 여전히 한 쪽 구석은 답답함이 있었다. “그래서 그게 어쨌다는건데?”라는 스스로에 대한 질문 때문에 더욱 그랬다. 이 해답을 찾는 것은 나에게 매우 중요하고 힘든 일이었다. 한동안 해외의 선도적인 연구자 들에게 무작정 메일을 보내서 연구를 같이 하자고도 해 보았고, 수 많은 논문으로부터 답을 찾겠다는 시도도 했었다. 지성은 감천이라고 이러한 시도 들은 작은 성과를 안겨 주었기는 했었다. 노력은 배반하지 않는다는 글귀처럼 말이다.
“모르는 게 없지만 효과가 없는 게 이론이다. 반면에 모든 게 잘 돌아가지만 왜 그런지 아무도 모르는 게 실천이다. 이곳에서는 이론과 실천이 붙어 다닌다. 아무런 효과도 없는데 아무도 그 이유를 모른다.”
영업 현장에 대한 풍자적인 문장은 연구의 한계로 계속 맴 돌았을 뿐이었다. 지금까지 영업에 관한 연구는 언제나 “착하게 살라”는 어느 불량 집단의 구호처럼 현실과 달랐다.
이론과 실천간의 괴리는 영업교육이 언제나 후 순위에 있었던 주요 원인이 되었다. 허공에 맴도는 구호처럼 영업은 연구나 교육계에 있어서 천박한 취급을 받고 있었을 뿐이었다.
혁신이란 멋진 단어는 전략과 비즈니스 모델 전문가 들의 보도寶刀처럼 사용되고 있었다. 전략과 혁신을 외치는 분야 또한 태산명동 서일필泰山鳴動 鼠一匹 : 태산을 울릴 듯이 시끄러웠지만 정작 튀어 나온 것은 쥐 한 마리 뿐 : 거창한 데 실속이 없다는 뜻으로 쓰임임을 알고는 있었지만 영업에 관한 연구가 이와 다르지 않다는 평가는 받기는 싫었다.
지금도 영업은 여전히 학계가 품고 있지 못하는 분야로 머물러 있다. 영업이 전략, 마케팅, 인사, 평가 등 경영의 모든 활동을 포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수가 되고자 하는 연구자 들에게 외면 받는 분야의 하나로 남아 있을 따름이었다. 물론 컨설팅 업계에 있어서는 매력적인 분야일지는 모르겠다. 어떤 연구결과는 충실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책 조차도 현장의 영업을 담당하는 직원 들에게는 모자란 울림일 뿐이었다. 아무리 영업의 속성이 ‘다 해봤다’라는 말처럼 혁신의 피로감을 표현하거나 ‘어디 한번 무엇을 도와줄 수 있는지 들어나 보자’라는 영업직원의 빈정거림으로 대변될 수 있을지라도 말이다. 학문의 영역이 도달하지 못했던 이 바닥은 자신의 영업경험, 독특한 일부의 성공조건의 체험 또는 관찰을 기반으로 모든 것이 진행되었다. ‘경험자는 말한다’는 증언록처럼 말이다. 증언록은 영업사원에게 힌트를 주거나 성공스토리를 통해서 짠한 감동을 줄 수는 있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여전히 영업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치외법권지역처럼 경영학의 학문에서는 외톨이였을 뿐이었다. 어떤 사람은 ‘사농공상士農工商’의 후유증으로 지적하기도 하지만 이 또한 날카로운 지적에 불과했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영업은 기업 내에서 사람과 돈이 가장 많이 투입되고 있는 분야로 남아있다. 경영학 연구의 그늘에 있는 영업이었다.
사람은 부지불식 간에 깨달음을 얻는다고 한다. 어떤 사람은 허구헌날 깨달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긴 하지만 깨달음에도 확실히 경중은 있는 듯 하다. 이럴 때 누군가의 조언은 강한 깨우침을 가져다 주곤 한다. 영업의 연구에 막장에 다가서 있던 내가 들었던 빛과 같은 조언처럼…
“영업을 역량이나 실력, 관계 등등으로 성공요인을 구분하고 있는데 사실은 상황Situation아닌가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이 되었는가?
이 글은 그렇게 누군가의 질문으로부터 출발하였다. 영업직원은 수 많은 상황에 직면해서 일 처리를 하고 성과를 만들어가는 사람이다. 영업교육이 왜 효과가 없었을까?에 대한 해답도 여기에 있었다. “현장과 밀착된 날카로운 시야”가 바로 영업의 길이었음을 왜 몰랐을까? ‘날카로운 시야’는 영업을 바라보는 관점Perspective으로부터 출발한다. 하나의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문제해결의 방법도 다양하다. 영업사원은 다양한 시각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 시각은 현장의 상황대처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와 연장선에서 교육도 바라보아야 한다. 영업사원에 대한 정신교육으로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없다. 제품교육, 롤 플레잉Role Playing 등으로도 모자람은 분명코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각종 상황을 바라보는 관점과 대처하는 전략과 방법, 디테일에 해답이 숨어 있었다.
그런 면에서 이 글은 영업에 관한 시각을 제공하기 위해 준비되었다. 어쩌면 경영자에게는 경영에서 발생하는 각종 상황에 대한 시각을 제공해 줄지도 모르겠다. 관리자에게는 거래상황을 바라보는 시각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바램이 있다면 영업사원에게 현장에 관한 새로운 시각뿐이 아니라 자신의 경력관리에도 새로운 시각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준비되었다.
이 책의 시작과 끝은 현장이고 고객이다.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