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톨이 꼼≫은 친구가 보여 준 어느 동영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때 저는 첫 그림책 작업을 구상하며 고민의 나날을 보내고 있었지요. 자신이 직접 찍은 것이라던 그 동영상에는 골목에 버려진 곰 인형의 모습이 담겨 있었습니다. 잠시 후, 화면 속에는 또 다른 친구들이 등장하더니 곰 인형을 갖고 짓궂은 장난을 치기 시작했어요. 던지고, 때리고, 밟고. 곰 인형의 몸은 이내 두 갈래로 갈라졌고, 그 안에서 나온 하얀 솜뭉치들이 골목에 나뒹굴고 있었습니다. 꼬질꼬질한 곰 인형이었지만 솜뭉치만은 참 새하얗더랬죠. 어쩐지 씁쓸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 친구들에게 보여 줄 그림책을 만들자.’ ≪외톨이 꼼≫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건 여전히 어려운 일이었고, 오랜만에 하는 수채화도 내 맘 같지 않았지만 그 사소했던 동기가 결국은 작품을 끝낼 수 있는 가장 큰 힘이 되어 주었습니다. 정신없던 작업의 시간이 지나고, 다시금 곰 인형의 새하얀 솜뭉치를 생각해 봅니다. 외면에 가려진, 누구나 갖고 있는 새하얀 솜뭉치. 잊고 있던 그것을 다시금 꺼내 보는데 ≪외톨이 꼼≫이 작은 도움이 되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