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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박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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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4월 <사진의 기억>

사진의 기억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 정현종 시 ‘방문객’ 류가헌을 하기 전까지, 여러 종이매체에 글을 쓰는 자유기고가로, 편집자로 오래 일하였습니다. 감춰진 우리나라의 아름다움을 찾아 전국 구석구석을 다니기도 하고, 오지가 없다는 오늘에도 여전히 오지인 채로 남아있는 섬들을 쫓아 물길을 건넜습니다. 하여 이전의 행적을 아는 지인들은, 관장이라는 직함으로 매일매일 한 공간에 붙박여 지내는 일이 견딜만 한지를 물었습니다. 이제야 시로 답을 대신합니다. 류가헌을 하는 15년 여 동안 500회 가까운 사진전을 열었습니다. 그 말은 곧 500여 번의 ‘어마어마한 일’이 일어났다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한 자리에 고정되어 있지만, 전시장의 빈 공간 안으로 사람이 왔습니다. 일생이, 세계가 왔습니다. 스무살에 개헤엄을 치며 해녀들을 따라 바닷속으로 뛰어들었던 청년 김흥구가 어느새 장년이 되어, 한 뭉치의 <좀녜>를 들고 왔습니다. 만대루에 홀로 앉아 새벽닭이 울 때까지 기다린 이동춘이, 별들이 일렬로 선 <병산서원 향사>와 함께 왔습니다. 30년 동안 한 장소에서 자리지킴 하며 다방 안에서 창밖을 찍은 <학림다방 30년>, 노모의 아름다운 시절에 대한 헌사인 양 엄마의 산호색 치마에 꽃무늬를 놓은 <석작>, 60년대 리얼리즘이 유행하던 시대에 자신이 찍은 사진들을 2000년대에 다시 재해석한 <블로우업bLowup> 등 미처 상상 못했던 사연과 방식으로 ‘한 사람의 일생’이 왔습니다. 갑갑할 틈 없이, 지루할 새 없이, 제 발로 걸어가 만났던 사람보다 더 많고 깊은 만남이었습니다. 찾아다니며 마주한 세상보다 더 넓고 큰 세계였습니다. 흐를류流, 노래가歌, 집헌軒. 이름에 담았던 바람대로, 오래, 함께 흐르면서 노래했습니다. 그 세월 속에서 왔다가 떠난, 그리운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그의 미래’는 사라지지 않았다고 믿습니다. 패러글라이딩 항공촬영이라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낮은 고도에서 천천히, 애틋하게’ 찍은 신병문의 <갯벌>과, ‘풍경 앞에 제구祭具처럼 점점이 등불이 켜지자 현재와 과거의 시간이 중첩되면서 묻혀 있던 기억의 목소리들이 사진 안에서 소리를 낸다.’(본문 24p)고 쓴 고현주의 제주 4.3에 대한 제의 <기억의 목소리>가 우리 곁에 남았습니다. 사진 밖에서는 이미 사라진 것들도 사진 안에서는 늘 실존입니다. 태풍으로 쓰러진 연미정의 느티나무 노거수가 김심훈의 사진 속에서 흰 눈꽃을 피운 채 정자 옆에 나란하듯이. 기억할 것을 기어이 기억하고야 마는 <사진의 기억>입니다.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시의 결구로 마무리합니다. 열리는 전시의 사진을 제일 먼저 보고 읽고 글을 쓰는 일을, 환대라 여겼습니다. 바람을 흉내 내어 더듬어 보려 애썼습니다. 류가헌과 함께 ‘흐르면서 노래한’ 모든 분들께 감사인사 드립니다. - 머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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