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니테일을 보면 잡아당겨야 하는 아이가 있다.
하필 그런 아이가 나였고 당연히 친구들은 나를 싫어하기 시작했다. 산발한 머리로 집에 돌아가는 길에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하얀 김이 올라오는 것을 봤다. 신호등이, 길을 건너는 사람들이, 가로수가 모두 일렁거리는 것을 봤다. 얼핏 교과서에서 아지랑이라는 단어를 배운 기억이 떠올랐다. 다시는 포니테일을 잡아당기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키가 작은 어린아이에게 아지랑이가 더욱 이상하고 아름답게 보일 수 있다는 생각은 어른이 된 후에 들었다.
그렇지만 나는 당신 손이 이 시집을 한껏 잡아당겨 읽어주
길 바란다. 아주 오래전 내가 참지 못하고 그랬듯이.
2020년 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