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헤더배너
상품평점 help

분류

이름:오선영

출생:1981년

최근작
2023년 6월 <연결하는 소설>

모두의 내력

<모두의 내력>은 작품집에 수록된 소설 제목이면서도, 이번 소설집을 관통하는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내력이란 단어에는 ‘역사’가 주는 무거움과는 다른, 개인의 사소하고도 은밀한 삶이 들어있는 것 같아요. 기존의 ‘역사’가 승자의 기록, 남성의 일대기, 왕을 비롯한 기득권자들의 이야기라면 문학, 그 중 소설은 패자와 여성, 아이, 장애인, 기득권이 되진 못했지만 기득권자보다 더 많았던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역사에 기록되지 못했지만, 한 시대를 살아냈던 사람들에 대해서 말이죠. 제가 생각하는 소설이 바로 이것이에요. 거대서사에서 말하지 않는, 말할 수 없었던, 말하지 않으려고 했던 사람들에 대해서 말하는 것 말이죠. 그런 의미에서 ‘모두의 내력’은 소설집 전체 제목으로도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모두, 각자의 내력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소설 속 인물들 뿐 아니라, 소설을 읽고 있는 독자들, 그리고 소설을 쓰고 있는 저도 말이죠. 음… 하지만 그 내력을 다 아는 사람이 있을까요? 모든 것을 다 안다는 말이 성립될 수 있을까요? 발굴현장에서 나온 유물에 대해 우린 이런저런 추정과 판단을 하지만, 그것을 사용한 이들은 이미 지금 여기에 없는 인물이잖아요. 우린 사물을 가지고, 그것의 쓰임과 역할에 대해 추정할 뿐이죠. 우리 삶도 그런 것 같아요. 지금-현재를 열심히 살고 있지만, 지금, 이 시점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를 때가 많죠.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에, 과거를 회상하면서 그 일이 이런 뜻이었구나, 라고 알게 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혹은 영원히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도 많구요. 그래서 삶은 더 미지의 대상 같아요. 알 듯 하면서도 모르는 게 더 많으니까요. 하지만 모른다고 내버려둘 순 없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물이나 사람, 어떤 대상에 대해서도요, 알지 못하지만 알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 안다고 함부로 단정하지 않으면서 귀 기울이는 것. 그 과정에서 상대에 대한 애도와 사랑, 그리고 삶에 대한 희미한 희망 같은 것이 생기지 않을까요? 이게 제가 지금 생각할 수 있는 위로와 애도의 방법인 듯해요. - 소설가와의 만남, 261-263p

호텔 해운대

두번째 소설집을 엮기 위해 그동안 쓴 소설들을 다시 읽어보았다. 무심히 지나는 일상들이, 그 도시의 공기와 온도와 햇빛이 소설 곳곳에 녹아 있었다. 모든 것이 허구라고, 지어낸 이야기라고 믿었는데. 소설 여기저기에 묻어나는 도시의 색깔들을 보면서 놀랐다. 내게 이곳은 어떤 의미일까, 나는 어떤 곳에서 살고 있는 걸까, 하고 자문해보기도 했다. 내겐 일상이자 보통의 날들인 이곳의 이야기가 이 책을 읽는 분들에게도 보통의 이야기로 다가갔으면 좋겠다. 어느 한 장소에서만 일어나는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라, 누군가의 발걸음이 머무는 모든 장소에서 일어날 수 있는 평범한 이야기로 말이다. 그렇게 각자의 이야기로 이 글들이 읽힐 때, 자신이 발 딛고 있는 곳의 공기와 온도, 햇빛의 농도가 더 생생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다. 덧붙여 어느 곳에서 이 책을 읽고 있는지, 그곳의 안부도 넌지시 물어본다. 2021년 겨울 부산에서 오선영

가나다별 l l l l l l l l l l l l l l 기타
국내문학상수상자
국내어린이문학상수상자
해외문학상수상자
해외어린이문학상수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