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가 짧아서인지 팔도 짧다. 남들보다 낮게 보는 것에 큰 불만은 없지만 내가 끌어안을 세상의 부피도 그 길이에 한정될 것 같아 초조했다. 더러 미안했다. 내 짐을 대신 들어줄 사람이 있을까.
궁리 끝에, 끌어안는 대신 등에 짊어지기로 했다. 내 등에 올라탄 세상의 무게 때문에 다리가 덜덜 떨렸다. 콧노래를 부르며 평탄하게 가다가도 가파른 길을 만나면 털썩 주저않았고, 내리막길에서는 다다다 뛰어 내려가고, 신나게 미끄러지기도 하고. 내 등짝이 만주벌판만큼 넒어지고 있어! 괜히 뻐기다가 곤두박질. 가면 갈수록, 가야할 길만 나와 한걸음 내디딜 때마다 뒤로 조금씩 흘리며 내 등에 진 무게를 덜어냈다. 발자국처럼 바닥에 슬슬 떨어뜨린 것들은 새를 부르는 빵부스러기이거나, '헬프 미'라고 적힌 종잇조각이거나 그럭저럭 써내려간 내 원고들이다.
담담한 척하고 있어도 내 몸에서 나온 것이라 신경이 쓰인다. 조금씩 흘러내린 내 작품. 어허, 그게 책이 되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