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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이름:김형술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 대한민국 경남 진해

직업:시인

최근작
2022년 12월 <사이키, 사이키델릭>

김형술

1992년 『현대문학』 등단.
시집 『의자와 이야기하는 남자』 『의자, 벌레, 달』 『나비의 침대』 『물고기가 온다』 『무기와 악기』 『타르초, 타르초」 등.
산문집 『詩네마 천국』 『그림, 한참을 들여다보다』 『구름 속의 도서관』 등.  

대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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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구름 속의 도서관> - 2021년 10월  더보기

나는 가만히 그 검은 물들과 물속의 썩지 않는 문장들을 읽는다. 언제나 그렇듯이 하수구는 내게 한 권의 경전이다. 내 안에 들끓던 언어들을 비워 가라앉히는 곳, 세상에 춤추던 온갖 욕망들이 바로 내 것이었음을 남김없이 확인하는 곳. 수건공장 굴뚝 위에 걸려있던 한 장의 잿빛 노을이 내려와 어깨를 덮을 때까지 나는 이 깊고 무거운 책 앞을 떠나지 못한다. 어린 저녁별들이 하나 둘 물 위로 태어나기 시작할 때, 붉은 십자가들이 하나 둘 어두운 하늘을 일으켜 세울 때까지. 헝클어진 말들이 빠져나간 몸속은 가벼운 만큼 허전하지만 그 안에 어린 별 몇 개가 여전히 떠 있다면 오늘 저녁 나는 시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길 위에서 태어난 저녁은 다시 길 위에서 저무는 어둠이 되어 스러진다. 돌아보면 낯익은 의자 하나가 여전히 하수구에 발을 담근 채 어둠 속에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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