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태어난 엘레나 코스튜코비치에게 이탈리아는 제2의 고향이다.
어린 시절부터 문학에 뛰어난 재능을 지녔던 코스튜코비치는 작가이자 화가인 할아버지에게서 예술과 문화에 대한 지대한 영향을 받으며 자랐다. 모스크바 주립대에서 이탈리아 문학과 러시아 시문학, 번역을 공부하였고, 졸업 후 8년간 문학잡지 매거진의 이탈리아 부문장으로 활동하며 출판계에 들어온다. 그 후 ‘이탈리아’와 ‘러시아’라는 너무나도 상반된 환경의 나라 사이에서 문학적 교류에 힘쓰던 중 운명적인 작품, 움베르코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번역한다. 전문 번역가들도 혀를 내두르는 에코의 까다로운 문장을 섬세하고 뛰어난 필치로 옮겨, 이 책으로 ‘러시아 올해의 번역상’을 받는다. 코스튜코비치의 뛰어난 번역 솜씨를 눈여겨본 언어학자 움베르토 에코는 그녀와의 인연을 이어나가 그 뒤로도 러시아에 출간된 에코의 작품은 언제나 코스튜코비치가 도맡아 번역하였다. 번역상을 수상했던 1988년부터 20년간 그녀는 꾸준히 출판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편집자로서 러시아 문학 시리즈를 펴내고, 다양한 출판 축제와 도서전, 그리고 이벤트 현장에서 이탈리아와 러시아 양국의 문화를 알리고 기획하는 인물로 활약했다.
그녀는 다수의 번역 및 저술을 통해 Zoil(1999), Grinzane Cavour Moscow(2004), 러시아 레스토랑 협회에서 주는 Welcome Prize(2005), Bancarella(cucina) Award(2007, 이탈리아), Chiavari Literary Prize(2007, 이탈리아), Premi Nazionali per la Traduzione(2008, 이탈리아) 등 수많은 문학상을 받았다.
이후 10년간 이탈리아 트렌토 대학에서 러시아 문학과 번역에 대해 가르치고, 트리에스테 대학과 밀라노 대학에서 강의를 하며 지금까지 이탈리아에서 20년이 넘게 생활해오고 있다.
이탈리아 생활을 하면서 코스튜코비치는 다른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다가도 음식에 관한 대화로 흘러가게 되는 이탈리아 사람들의 독특한 언어습관에 당황스러워하다가, 이내 학문적 호기심으로 이를 승화시켰다. 그리고 집요한 관찰과 학구열을 통해, 음식에 맛과 풍미만이 아닌, 그 땅의 기억과 삶에 대한 애정을 담아 만들어내는 이탈리아 사람들의 요리와 식문화에 매료되었다. 그녀는 중년의 나이에도 카메라를 들고 장화모양의 지중해 반도 곳곳을 누비며 그곳에 사는 사람들과 그들이 만든 음식을 탐닉했다. 그리고 가히 음식이란 만화경으로 다룰 수 있는 모든 영역을 담아낸 역작 ≪왜 이탈리아 사람들은 음식이야기를 좋아할까≫를 집필한다. 이 책으로 이탈리아 전통과 유산을 대표하는 ‘반카렐라 델라 쿠치나’상을 수상했고, 요리계의 오스카상‘2010 IACP Cookbook Award’최종 후보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