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부터 여름까지 글자를 끌어안고 지냈다.
미숙아를 품은 어미의 심정이 되어서
모자라면 애가 탔고
조금 자란 모습이면 뛸 듯 기뻤다.
내가 품은 줄 알았는데
돌아보니 그가 나를 기르고 있었다.
아낌없는 격려를 받으면 즐거웠고
날카롭게 지적할 때면 풀이 죽었다.
그런 나를 다독이는 것도 그의 몫이다.
바깥에서 입은 상처와
부대끼면서 자란 자괴감을
시부저기 가라앉히기도 한다.
그와 함께하면서
나는 스스로 격리되었다.
혼자의 즐거움을 알게 해준 것도
그의 공이다.
수많은 글자를 맞아들이고 그만큼 내 보내었다.
더위와 추위, 불평과 흥분, 분노를 덜고 균형을 잡았다.
그가 도왔으므로
나는 앞과 뒤를 보게 되었다.
그와 충분히 잘 지내었으므로
더 보탤 말이 없다.
미련 또한 남지 않는다.
그가 소리 없이 말한다.
지금을 충실히 살아.
모자란 나를 품는 그가 고맙다.
삭풍 오가는 여기
그와 함께 하면서 기쁘다.
그리고
만날 때마다 새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