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번역하면서 시력과 청력을 상실한 사람의 글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시각적이고 청각적인 묘사가 놀라웠다. 또한 캄캄한 암흑의 세계에서 언어를 습득하고 유추, 연상, 상상력을 통해 그 의미를 확장함으로써 상실된 감각을 회복하고, 외부 세계와 소통하며 심오한 철학과 무의식의 세계를 탐색하고 인류애를 일궜던 헬렌의 장애 극복 과정이 놀라웠다.
헬렌의 글을 번역하다가 살며시 눈을 감아보곤 했다. '과연 나는 이런 암흑의 세계에서 자신을 찾아가고 세상을 알아갈 수 있을까?' 정상적인 감각을 지닌 것이 얼마나 커다란 축복인지 모른다. 그러면서도 헬렌에게는 세상과의 연결 통로가 되고 감사와 깨달음의 원천이 되었을 미묘한 진동과 소리, 냄새를 지금 이 순간에도 얼마나 놓치고 사는지 모르겠다. 그런 미묘한 감각을 통해 발견할 수 있는 삶의 진리를 얼마나 깨닫지 못하고 사는지 모르겠다. - 안기순 (옮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