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멕시코 문예지 〈마침표El Punto〉와 〈마른 잉크La Tinta Seca〉를 통해 등단했다. 멕시코국립대학 출판부에서 시집 『텅 빈 거울El espejo vacio』을 출판하고 중남미 작가가 되었다.
국내에서는 오월문학상 수상과 함께 〈현대문학〉에 시 「들꽃」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작품으로는 『꽃다지』 『각하, 죽은 듯이 살겠습니다』 『여자 목숨으로 사는 남자』 『뭄Sr. Mum』 『가위주먹』 등의 장편소설과 『슬프다 할 뻔했다』 『불맛』 『나 기꺼이 막차를 놓치리』 등의 국내시집이 있다. 『하늘보다 높은 땅La tierra mas alta que el cielo』 『팽팽한 줄 위를 걷기Caminar sobre la cuerda tirante』 『텅 빈 거울El espejo vacio』 등의 스페인어 시집과 기타 『체 게바라의 홀쭉한 배낭』 『체의 녹색 노트』 『바람의 아르테미시아』 등 문학 관련 저서 40여 권을 ㅤㅆㅓㅅ다.
UNAM동인상, 멕시코문협특별상, 브라질 ALPAS ⅩⅩⅠ 라틴시인상 등을 수상했다. 2008년과 2009년 연속으로 aBrace 중남미시인상 후보에 올랐다. 저서 『체 게바라의 홀쭉한 배낭』이 젊은 비평가들에 의해 ‘2009년 최고의 책’으로 선정된 바 있으며, 2011년 대산번역지원과 2012년 제1회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KO) 창작지원상을 수상했다.
후기 쓰기가 본문 쓰기보다 힘들다. 거짓말 같은 소설, 아니 순전히 거짓말여서일까? 오랜 만에 참말을 쓰려니 온 몸이 오그라든다.
2007년 5월,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를 찾아 나섰다. 망원경으로 강 저편 절벽을 봤지만 훼손이 심한 탓에 그림들은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기를 몇 차례, 망원경의 초점을 위아래로 맞추다 보니 멧돼지와 고래 그림들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나머지 그림들을 식별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그 후 기회가 되면 그곳을 찾았다.
비가 세차게 내린 뒤 맑은 한여름 오후였다. 암벽 우측 하단부의 인면상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 십여 년 전 중국 상해 임시정부 청사 안에서 김구, 윤봉길, 안창호 선생들의 유품을 보고 느꼈던 일종의 氣 같은 것이었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이것들이 잠 못 이루게 만들었다.
관련 자료들을 모았다. 생각보다 참고할 만한 자료는 많지 않았으며, 있는 것마저 암각화의 제작 연대, 새김 방법, 보존 대책 등 원론적인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다시 반구대를 찾았다. 누가?부터 시작해 보기 위해서였다. 그날은 인면상이 망원경에 출몰치 않았으며, 쉽게 보이던 멧돼지까지 흐릿흐릿 인색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마음은 오히려 편했다. 곧장 집으로 돌아와 컴퓨터 앞에 앉았다. 소설의 첫 줄을 쓰기 위해서였다.
육하원칙과 그리 친하지 않은 픽션에, 그것도 역사가 아닌 선사시대 이야기를 주절주절 늘어놓았다. 억지라면 억지겠지만 필요악이요, 차선이라면 어쩔 것인가. 그렇다고 생각했기에 겁 없이 덤빌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