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태국 미얀마 남쪽 국경 근처에서 1년동안 말라리아를 연구한 뒤에 북쪽의 메이삼라에프라는 작은 마을로 여행을 떠났다. 불어난 살윈 강이 국경을 갈랐다. 가상의 공간인 메이르윈보다 한참 하류 지역이었다. 그곳에서 꼬리가 긴 상선을 타고 나무가 우거진, 고요한 강가를 누비고 다녔다. 우리는 숲에 가린 카렌 마을에서 잠시 멈춰 섰다. 무더운 오후였다. 바람 한 점 없이 조용하기만 했다. 그런데 작은 강둑 위 장터에 이르렀을 때, 빽빽한 덤불 숲 어딘가에서 낯선 소리가 솟아올랐다. 어떤 멜로디였다. 모터가 돌기 시작하며 강변에서 멀어지기 전, 나는 그것이 피아노 소리라는 걸 알아차렸다. ('저자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