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나는 시인이 되기 위해서
단 한줄이라도 다르게 쓰기 위해서
세상의 모든 시를 다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시작한 공부는 길어졌고
끝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시 한줄보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제야 알아간다.
내가 못 읽어본 시와 못 가본 사람 들은
미래의 시가 되어줄 것이다.
언제나 처음 같다.
시는
그 모든 백지는
나는 아직도 시인이 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무엇보다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살아 펄펄 뛰는 심장을 가진 사람이!
이제 우리는
예기치 않은 폭풍 속에서 흔들리겠지만
구겨진 얼굴을 펴서 겨우 문밖으로 나선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수많은 얼굴을 찾아서
나는 매일 쓴다.
2022년 5월 인천에서
이설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