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문장이 있어야 두 번째 문장이 있을 수 있듯 어떤 문장도 외로이 존재하지 않았다. 순서대로 넘어가는 블록처럼 분명한 연쇄 안에 있었다. 한 칸씩의 공백에 가로막히고 행갈이돼 분리된 상태에서도 서로에게 영향을 끼쳤다. 은밀하게 뒤섞이며 복잡한 규율을 이루었다. 그러자 한 문장을 썼을 때에는 보이지 않았던 진실이 실체를 드러냈다. 쓴다는 건 읽음으로써 가능했다. 내가 쓴 이야기조차 타인의 눈으로 읽는 과정을 거친 다음에야 절반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
-에세이 「이야기는 혼자 계속」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