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4년 경남 남해에서 태어나 1963년 밀양 표충사로 출가했다. 197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조가 당선된 후 선사들의 삶과 사상을 다룬 많은 글들을 선보였다. 조계종 총무원 기획실장, 치악산 구룡사 주지, 불교방송 상무, 불교신문 사장 등을 역임했다.
지은 책으로는 『무상 속에 영원을 산 사람들』, 『어디서 와서 무엇이 되어 어디로 가는가』, 『선재의 천수천안』, 『열반제』, 『고승평전』,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걸레스님 중광』, 『슬플 때마다 우리 곁에 오는 초인-소설 경허』,『우리는 살아 있는가 죽어 있는가』, 『달을 가리키면 달을 봐야지 손가락 끝은 왜 보고 있나』(종정 법어집), 『깨친 사람을 찾아서-전강 선사 평전』, 『무영탑』 등 다수가 있다.
오늘날처럼 다양한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시대도 일찍이 없었을 것이다. 집안과 도시의 거리는 물론이고 일터와 운동장 가릴 것 없이 정보와 소음이 넘쳐 나고 있다. 그런데 다양한 정보 덕분에 인간의 삶이 풍성해지는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정보에 의존도가 높아진 인간들은 사고능력이 마비되고 점점 삭막해지고 있다. 사람의 말에는 쇳소리가 나고 그 말을 듣고 있는 사람들은 마음과 영혼에 상처를 받기도 한다. 말은 사유思惟를 거쳐서 나와야 하고, 침묵이 바탕되어 있을 때 원음圓音이 된다.
인간의 영혼을 깨우치는 말을 요즘 우리 주위에서는 거의 들을 수 없다. 사랑과 지혜와 덕을 갖춘 사람의 인격에서 새벽의 언어는 솟아난다. 꽃에 향기가 나듯이, 사람에게도 인격에 따라 향기가 나는 사람이 있다. 바로 그 향기가 그 사람의 인격의 바탕이고 지혜와 덕이기도 하다. 우리 주위에 많은 책들이 있지만 그 가운데 부처님 경전은 항상 정신을 일깨우고 자기 존재의 실상을 깨닫게 한다. 특히 부처님 경전과 조사祖師들의 어록은 우리의 정신적 삶을 풍요롭게 할 뿐 아니라 심성을 맑히는 새벽의 찬란한 빛이 담겨 있다. 그러나 경전과 어록이 방대하여 언어의 진수를 찾기 어렵다. 그래서 경전 가운데 우리들의 영혼을 깨우고 삶의 교훈이 되는 명구들만 간추려 책으로 엮어보았다. 문장 하나하나 원문에 충실하였으나 아름답게 손질하다 보니 원래의 뜻을 훼손하지 않았나 염려가 된다. 부처님 말씀과 조사의 어록 가운데 진수를 뽑아 놓고 보니 꽃이 없어도 방 안에 향기가 가득하고 삭막해진 마음의 뜰에 물기가 고이고 새벽의 빛이 열리고 있다. 사랑과 번민, 그리고 삶에 고뇌하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반드시 자기를 비우고 비워서 새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것이다.
1998년 11월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