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존재가 누군가에게 선물이길 원했지만 그렇지 못했다는 것을 잘 안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흙을 퍼먹는 기분이다. 나는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다. 그동안 시를 쓰며 과하게도 행운이 따랐다. 운 좋게 등단을 했고, 첫 시집을 냈고, 이제 두번째 시집이다.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었고, 어떤 안쓰러움 때문이었겠지만, 앞으로 갚을 길이 없을 것 같아 늘 죄송하다. 요즘에는 나의 오만과 내가 저질렀던 죄들에 대해 생각한다. 스스로를 속이며 까닭 없이 타인을 미워한 시간들을 인정하기로 한다. 시가 없었다면 세상의 모든 것을 미워하며 살았으리라. 수많은 빛깔의 고통을 몰랐으리라. 시간을 함부로 소모하고, 견딘다는 것. 몸이 아파 누워 있다 창문을 열어보니 봄이 온 느낌이다. 오직 나만을 위해 살아온 세월이었다. 나의 행운도 다해가고 있다. 무슨 변명이 필요할까. 행운이 바닥나기 전에 가족과 지인들께 그리고 사랑하는 이에게 서둘러 용서의 말을 건넨다. 늘 죄스러운 마음으로 산다는 것을……
2013년 3월